광주FC 헤이스와 최경록을 각성시킨 이정효 감독의 한마디…“공 그만 차고 진짜 축구 하자”

박효재 기자 2025. 4. 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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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 이정효 감독. 프로축구연맹 제공
믿음의 축구, 존경…
축구 철학 이어받아
지도자 되고 싶다
-최경록
감독 벤치 비운
제주전서 결승골
직설적 표현, 잘 통해
-헤이스

광주 FC는 지난 6일 K리그1 제주전을 사령탑 없이 치렀다. 지난 경기에서 퇴장당한 이정효 감독이 벤치를 비운 가운데 1-0으로 승리했다.

이정효 감독의 축구 철학을 체득한 헤이스와 최경록이 주역이었다. 다른 길을 걸어온 둘은 “공 그만 차고 축구하자”는 감독의 가르침 아래 축구의 재미를 찾았고, 감독 없는 경기에서 승리를 합작해 선물했다.

브라질 출신 헤이스는 후반 44분, 하프라인에서 보내온 롱볼을 잡아내 전 소속팀 제주의 수비수를 따돌린 뒤 왼발 감아차기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최경록은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돼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후 10분 동안 슈팅만 5개가 나왔다.

광주FC 헤이스. 프로축구연맹 제공

최경록은 “경기 도중 관중석에서 감독님이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며 “감독님이 안 계신다고 해서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감독님이 추구하시는 건 이기든 지든 항상 준비 자세와 태도가 같아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헤이스는 “홈경기였고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며 “경기 전 동료들에게 ‘오늘 무조건 내가 골을 넣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뛰던 최경록이 광주를 선택한 결정적 이유는 이정효 감독의 한마디였다. “감독님께서 ‘공 그만 차고 축구해야지’라고 하셨다. 공만 찬다는 건 내 기술만 보여주는 것이고, 축구를 하자는 건 11명이 전술적 틀 안에서 짜임새 있게 팀 축구를 하자는 뜻이었다”고 전했다. 아주대에서 이정효 감독의 지도를 받던 최경록은 대학을 중퇴하고, 독일 분데스리가2에서 10년간 활약했다.

광주FC 최경록. 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는 “조직적인 축구가 강한 독일에서도 이렇게 디테일한 축구를 해본 적은 없었다”며 “지금 우리는 아스널이나 맨시티를 모티브로 한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고 스승의 축구 스타일을 높이 평가했다.

“이정효 감독님은 K리그 최고 감독”이라고 단언하는 헤이스는 “강한 성격과 직설적 표현이 나와 닮았다. 직설적으로 표현해 주는 게 외국인으로서도 시원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특히 선수를 신뢰하는 이정효 감독의 방식에 감명을 받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멘털이 내 장점인데 그걸 알아봐 주셨다. 이런 지도자는 브라질에서도, 한국에서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최경록은 이정효 감독의 영향으로 지도자의 꿈도 품게 됐다. “이전까지는 생각 없었는데, 감독님을 보고 겪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했다. 재계약 결정에 이정효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이 100%라며 “감독님의 축구가 끌렸다”고 강조했다.

이날 승리로 광주는 승점 10점(2승4무1패)을 기록하며 6위로 도약했다. 챔피언스리그 일정까지 병행하는 강행군 속에서 감독 부재를 조직력으로 극복했다. “공 그만 차고 축구하자”는 이정효 감독의 철학이 그라운드 위에서 제대로 구현됐다.

박효재 기자 mann616@ 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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