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은 미리 치워둡니다”…김학범 감독의 ‘웃픈’ 감정 컨트롤 비책

박효재 기자 2025. 4. 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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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제주SK 감독. 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1 제주 SK의 김학범 감독이 경기장 내 감독들의 정당한 승리욕 표현에 대한 과도한 제재를 비판했다. 최근 광주FC 이정효 감독이 테크니컬 에어리어 내에서 자신의 벤치 쪽으로 물병을 걷어차 다이렉트 퇴장당한 사건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김 감독은 6일 광주와의 원정 경기를 앞두고 “평소 벤치 주변에 물병을 치워두는 편”이라며 “경기 중 감정이 격해지면 물병을 걷어찰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때로는 물을 마시다가도 갑자기 화가 나면 물병을 던져버릴 수도 있다”며 승리욕 넘치는 현장에서의 솔직한 감정 표현을 털어놓았다.

김 감독은 심판들도 지도자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심판들의 규정 적용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베테랑 심판들은 상황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심판들일수록 경직된 판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고 봤다.

이정효 감독은 지난달 29일 대전과의 경기에서 테크니컬 에어리어 내에서 자신의 벤치 쪽으로 물병을 걷어찬 행위로 다이렉트 레드카드를 받았다. 이는 상대 감독이나 선수, 심판을 향한 행동도 아니었음에도 과도한 징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테크니컬 에어리어는 경기장 외곽 벤치 앞쪽에 표시된 구역으로, 감독과 코치진이 경기를 지휘하고 선수들에게 전술을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이다. 국제적으로 이 구역 내에서는 감독의 일정 수준 감정 표현이 허용되는 것이 관행으로 여겨진다.

유럽 주요 리그에서는 감독들의 감정 표현에 대해 더 관대한 접근법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 위르겐 클롭 전 리버풀 감독을 비롯해 디에고 시메오네, 조제 모리뉴 같은 감독들의 격렬한 항의나 제스처도 ‘열정적 표현’으로 간주하여 퇴장보다는 경고 수준에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심판의 재량권, 규정 해석의 유연성, 그리고 축구 문화적 요인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반면 K리그는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해 감독들의 정당한 감정 표현까지 제약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후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 김용수 부위원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심판 성향을 파악해 전술을 짜는 것도 감독 능력”이라고 말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그리고 심판위원회는 이 감독의 행위를 “난폭한 행위”로 규정해 다이렉트 레드카드 조치는 정당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광주FC는 감독 없이 치른 6일 제주와의 경기에서 헤이스의 결승 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김 감독은 경기 전 “감독이 없을 때 선수들은 오히려 더 결집하는 경향이 있다”고 예상했고, 실제로 광주 선수들은 위기 속에서 더욱더 단단한 모습을 보여줬다.

광주 | 박효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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