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전원 일치' 내란수괴 윤석열이 파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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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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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12·3 내란의 수괴가 끝내 대통령직에서 쫓겨났다. 민주주의와 상식의 승리다.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는 대통령의 위헌·위법적인 권한 오남용, 친위쿠데타는 대한민국에서 절대 용인될 수 없다는 점이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이변은 없었다…내란 122일만에 결론

헌법재판소는 4일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8명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윤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주문을 읽기 시작한 오전 11시 22분부로 결정은 효력을 가지며 윤석열은 대통령직을 잃었다. 윤석열이 지난해 12월 3일 전국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22일 만에, 국회가 같은달 14일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지 111일 만에 나온 결론이다.

“국민 신임 배반… 헌법 수호 관점에서 중대한 법 위반”

헌재는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 병력을 동원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헌법기관을 침탈한 행위들이 대통령 파면해야만하는 중대한 위헌·위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윤석열이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자신을 지지하는 국민을 초월하여 사회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했다”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됩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 2025.4.4

“국회 탄핵소추 적법”...5대 소추 사유 모두 인정

헌재는 먼저 윤석열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행위는 정당하다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탄핵소추안의 의결 과정이 적법하고, 피소추자의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이 일정 수준 이상 소명되었으므로 탄핵소추권이 남용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윤석열과 그의 대리인단은 국회 탄핵소추 의결은 위법하다거나,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식의 억지를 부려왔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앞서 5가지로 정리된 탄핵 소추 사유가 모두 파면 사유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①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 ②위헌적인 포고령 1호 발령 지시 ③군·경을 동원한 국회 봉쇄· 계엄해제안 의결 방해 ④군 병력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불법 압수수색 ⑤법조인 체포 시도까지 5개 소추 사유가 모두 파면의 근거가 된다고 봤다.

헌재는 우선,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는 요건에도 맞지 않고, 절차적으로 정당하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윤석열은 그동안 비상계엄 선포 당시 대한민국의 상황이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였다며, 거대 야당의 폭주, 부정선거 의혹 등으로 비상계엄 선포 요건을 충족한 것처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헌재는 12·3 비상계엄이 헌법과 계엄법상,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요건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회의 탄핵소추, 입법, 예산안 심의 등의 권한 행사가 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 중대한 위기 상황을 현실적으로 발생시켰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피청구인은 계엄 선포에 그치지 아니하고 군경을 동원하여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는 등의 헌법 및 법률 위반 행위로 나아갔으므로 경고성 또는 호소형 계엄이라는 피청구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국무회의에서 적법한 심의 과정을 지키지 않았으므로,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요건도 위반했다는 게 헌재의 결론이다.

“피청구인은 (국무위원들에게) 계엄사령관 등 이 사건 계엄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고 다른 구성원들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계엄 선포에 관한 심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피청구인은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비상계엄 선포문에 부서하지 않았음에도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하였고 그 시행일시, 시행지역 및 계엄사령관을 공고하지 않았으며,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하지도 않았으므로 헌법 및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요건을 위반하였습니다.”

헌재는 비상계엄 직후 발령한 포고령 1호 역시 광범위한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피청구인은 이 사건 포고령을 통하여 국회,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을 금지함으로써 국회에 계엄해제 요구권을 부여한 헌법조항, 정당 제도를 규정한 헌법조항, 대의민주주의, 권력분리 원칙을 위반하였습니다. 비상계엄 하에서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한 요건을 정한 헌법 및 계엄법 조항, 영장주의를 위반하여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단체의 행동권,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였습니다.”

헌재는 윤석열이 국회에 군대를 투입한 행위가 국군 통수권자로서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준엄하게 꾸짖었다. 그러면서 정당 대표 등 정치인 등 체포 명단, 위치 추적 시도의 실체도 인정했다.

“피청구인은 군경을 투입하여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통제하는 한편 이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함으로써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였으므로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권을 부여한 헌법조항을 위반하였고 국회의원의 심의 표결권, 불체포 특권을 침해하였습니다. 또한 각 정당의 대표 등에 대한 위치 확인 시도에 관여함으로써 정당 활동의 자유를 침해하였습니다.”

“피청구인은 국회의 권한 행사를 막는 등 정치적 목적으로 병력을 투입함으로써 국가 안전 보장과 국토방위를 사명으로 하여 나라를 위해 봉사하여 온 군인들이 일반 시민들과 대치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에 피청구인은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고 헌법에 따른 국군 통수 의무를 위반하였습니다.”

헌재는 비상계엄 당시 군이 중앙선거관리위원를 불법적으로 압수수색했다고 결론 내리면서, 윤석열이 주장한 부정선거 음모론도 일축했다. 헌재는 “선관위에 대하여 영장없이 압수수색을 하도록 하여 영장주의를 위반한 것이자 선관위의 독립성을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관위가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전에 보안 취약점을 보완한 점 ▲사전·우편 투표함이 보관된 곳의 CCTV 영상을 24시간 공개하도록 한 점 ▲개표 과정에 수검표를 도입하는 등 대책을 마련한 점을 근거로 부정선거 의혹도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

특히 윤석열은 다섯 번째 탄핵 소추 사유인 법조인 체포 시도 여부에 대해서도 “지시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헌재 재판부의 생각은 달랐다.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피청구인은 필요 시 (정치인, 법조인을) 체포할 목적으로 행해진 위치 확인 시도에 관여하였는데 그 대상에는 퇴임한 지 얼마되지 않은 전 대법원장 및 전 대법관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현직 법관들로 하여금 언제든지 행정부에 의한 체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압력을 받게하므로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한 것입니다.”

“마치겠습니다.” 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마지막 말과 함께 재판관들은 심판정을 빠져나갔다. 11차례의 변론, 역대 대통령 탄핵심판 가운데 가장 긴 38일 간의 재판관 평의를 거친 이번 사건 선고는 22분 만에 끝났다.

이로써 윤석열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두 번째로 파면된 대통령으로,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역사에 남기게 됐다. 재직 중 파면된 만큼 현행법에 따라 신변 경호를 제외하면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받을 수 없게 됐다.

대한민국 새 지도자 뽑고, 내란 수괴 처벌 남았다

윤석열 파면은 또 다른 과제의 시작이다. 헌법에 따라 60일 안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변이 없다면 대통령 권한대행이 선거일로부터 50일 전까지 선거일정을 공고하게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2017년에는 선고일로부터 닷새 뒤인 3월 15일 선거일이 공고됐고, 파면된 지 60일이 되던 5월 9일 대선을 치렀다.

자연인 윤석열의 앞날에는 내란죄 처벌이 기다리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의 첫 공판기일이 오는 14일 열린다. 형사 재판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인정되면 윤석열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의 형을 선고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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