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의학계에 따르면 임춘학 고려대안암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대한의학회지(JKMS)'에 7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5년, 2020년, 2024년 세 시점을 기준으로 대한의학회 회원 학회에서 발행하는 45종의 의학 학술지를 분석해 이같은 결과를 내놓았다. 분석 대상 편집위원 수는 각 학술지별로 1475명, 1698명, 2531명이다. 성별 및 직위, 소속 기관, 의학 학위 유무 등을 기준으로 편집위원의 성별 분포를 파악했다. 결과를 보건복지인력조사에서 확인한 각 진료과별 여성 전문의 비율과 비교해 성별 대표성의 불균형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조사 대상 기간인 9년간 여성 편집위원의 수 자체는 증가했다. 전체 편집위원 중 여성 비율은 2015년 16.8%에서 2024년 21.3%로 상승했다. 특히 임상의학 분야에서는 여성 편집위원 비율이 14.6%에서 20.0%로 증가해 변화 폭이 두드러졌다. 기초의학 분야에선 26.1%에서 27.5%로 변화가 미미했다.
여성 편집위원 비율은 여성 전문의 비율보다 낮았다. 2020년 기준 여성 전문의 비율은 23.8%였지만 같은 해 주요 학술지 편집위원 중 여성의 비율은 19.5%에 그쳤다. 2024년에도 편집위원 중 여성의 비율은 평균 21.3%로 격차는 유지됐다.
실무직과 편집위원 비율은 더욱 낮았다. 편집위원 직위를 다섯 등급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논문 심사 주관 등의 실무 업무를 담당하는 3급(18.2%)과 4급(13.5%) 편집위원에서 여성 비율은 특히 낮았다. 학술지 운영 전반을 관리하는 1급과 2급으로 분류된 여성 편집위원의 비율도 각각 23.5%와 20.7%로 여성 전문의 비율보다 다소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45개 학술지 중 9개(20%)의 경우 학술지의 여성 편집위원 비율이 10% 미만이며 대한정형외과학회지를 비롯해 일부 학술지는 여성 편집위원이 한 명도 없었다.
여성 편집장이 임명된 경우 여성 편집위원의 대표성이 높아지는 경향도 관찰됐다. 2024년 기준 여성 편집장이 있는 학술지는 12곳이다. 이들 학술지의 여성 편집위원 비율 평균은 36.7%다. 남성 편집장이 있는 학술지의 평균 비율인 18.4%와 비교하면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편집위원 중 고위직(1급 및 2급) 여성 비율과 전체 여성 편집위원 비율 간에도 강한 비례관계가 확인됐다. 학회 내부의 여성 고위직 비율 또한 편집위원 구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전문의가 증가하고 있지만 저술인의 학술적 권위가 반영되는 분야에서는 성별 불균형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다. 특히 일부 학회지에서는 여성 편집위원 비율이 10% 미만에 불과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기도 했다.
국제적인 동향과 비교해도 국내 성별 불균형은 더욱 두드러진다. 미국의 저명 의학 학술지들 또한 여성 편집장의 비율은 20% 내외에 그치지만 일부 학술지는 여성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랜싯'은 2019년까지 전 학술지의 편집위원 중 50%를 여성으로 구성하겠다는 '랜싯위민(LancetWomen)' 캠페인을 진행했다. 미국의사협회지(JAMA)는 웹사이트에 편집위원 성별 및 인종 통계를 공개하고 있다.
다양한 측면에서 여성 의사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가 남성 의사에 못미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여성 의사의 소득은 남성 의사의 약 70%에 불과했다. 임신과 출산, 육아 등이 여성의 경력단절을 야기하는 주된 요인으로 지적됐다. 의학 학술 분야 역시 이러한 사회 구조의 영향을 받으며 여성 리더의 부재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여성 편집장이 있는 학술지에서 여성 편집위원의 비율이 높은 것은 여성 리더십이 조직 구성의 다양성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성별 불균형을 해소하고 학술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 학회와 기관이 여성 리더십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참고 자료>
- doi.org/10.3346/jkms.2025.40.e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