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서 흉기로 11차례 이상 찔러
배달 음식 받으려 문 연 사이에 침입
우발적 범행 주장, 재판부 인정 안 해
부산에서 재결합을 거부한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30대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피해자가 배달 음식을 받으려고 오피스텔 문을 연 사이 침입한 남성은 미리 준비한 흉기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지법 형사7부(신형철 부장판사)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8일 징역 25년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장치 10년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범행 도구인 회칼을 미리 소지하고 피해자 주거지 인근에서 4시간을 기다린 계획된 살인”이라며 “피해자를 11회 이상 흉기로 찌르는 등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약물을 많이 복용해 판단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9월 3일 부산 연제구 오피스텔에서 피해자 B 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당시 B 씨는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배달 음식을 받으려고 문을 열었고, A 씨는 그 틈을 타 B 씨 집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재결합을 요구하며 말다툼을 하다가 B 씨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A 씨는 흉기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위해 챙겼고, 범행은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B 씨 집 안에 있던 시간은 2~3분에 불과하며 이는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기엔 짧은 시간”이라며 “범행 이후 B 씨가 거주한 건물 옥상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으나 흉기를 이용한 극단적 선택은 아니었기에 피고의 주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피해자 유족과 부산성폭력상담소 측은 양형이 가볍다며 항소를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산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엄중한 판결로 피해자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달래길 바랐던 유가족의 간절한 소망은 끝내 외면당했고, 많은 이들이 손꼽아 기다렸던 정의는 실현되지 않았다”며 “피해자를 보호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엄정한 법과 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